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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조선 10월호 옌하이저우 "아그로상생"농장을 가다.

등록일2015-09-23

조회수466,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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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이창희 기자 twin98@chosun.com

 

'non-GMO(비유전자변형) 식량’의 보고


옌하이저우

‘아그로상생’농장을 가다

 

러시아의 프리모르스키. 옌하이저우(沿海州)는 바다와 접해 있는 땅이란 뜻으로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우리나라와 국경을 이룬다.  과거 항일독립운동의 거점이었고 미래 남북통일의 전진기지가 될 이곳은 우리나라의 1.6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땅이다.  여기에 11개의 국내 기업과 1개의 복지재단이 진출해 영농활동을 벌이고 있다.

'분단 70년, 광복 70년’의 해를 맞아 이들 중 유일하게 벼농사를 짓고 있는 대순진리회의 아그로상생 농장을 다녀왔다.

 

 

아그로상생 우수리스크시 본사

 

8월 5일 러시아 옌하이저우의 관문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북한 지역 보다 북쪽에 위치하니 서울보다 온도가 5~6℃ 정도낮겠지, 하는 기자의 막연한 생각은 비행기에서 트랩으로 나오는 순간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서울과 동일한 강도의 뙤약볕이 우리 일행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기의 날씨 앱을 들여다보니 35℃.  아그로상생 농장의 현지 관계자는 “이곳의 온도가 한여름이라고 해야 25℃ 안팎이었는데 이렇게 30℃를 웃도는 것은 생전 처음이다”고 말하며 혀를 내둘 렀다. 

 

기자가 옌하이저우를 찾은 것은 대순진리회의 사회복지법인 상생복지회가 아그로상생 농장에 유기농법을 도입하기 위해 꾸린 견학단에 '운 좋게’ 초청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견학단에는 손상목 세계유기농학회 명예회장(단국대 유기농업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유인덕 한국농식품산업지원센터 소장(한국교통대학교 식품공학 명예교수), 이희주 비씨에스코리아(유기농 국제인증기관) 대표가 함께했다. 

 

공항을 빠져나온 견학단 일행은 아그로상생의 본사가 있는 우수리스크로 향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서쪽으로 1시간가량 차로 달리는 내내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드넓은 평야가 이어졌다. 옌하이저우의 총면적은 16만㎢로 이 중 3만㎢가 농지로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아그로상생은 557.93㎢의 농지를 확보했다.  이는 서울시 면적(605.25㎢)에 버금가는 숫자다. 아그로상생의 5개 농장은 우수리스크를 중심으로 사방에 펼쳐져있다.
우수리스크는 시베리아 철도와 하얼빈~무단강을 연결하는 철도의 분기점으로, 극동지역의 경제적 중심지를 이루고 있는 산업도시다.  아울러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의 중심 역할을 한 곳으로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의유허비와 최재형 선생의 집이 남아 있다.  2009년엔 고려인문화센터가 들어섰다.

 

 




아그로상생, 2002년 옌하이저우 진출해 영농 기틀 다져

작년 옌하이저우 국내기업 곡물 총생산량의 30% 차지


견학단 일행은 아그로상생 본사에 잠시 들른 후 인근 한국농어촌공사의 러시아영농지원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러시아 옌하이저우 진출 기업들의 기술 및 행정지원을 위해 민관으로 구성된 영농지원센터다.  이은수 센터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주요 곡물수입국이 극동지역에 분포하면서 러시아가 옌하이저우 영농사업에 큰 관심 을 갖기 시작했다”며 “특히 최근엔 옌하이저우 영농사업에 진출하는 중국 기업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그로상생이 옌하이저우에 영농사업의 기틀을 만들어서 국내 기업들이 이곳에속속 진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옌하이저우에서 생산한 총 곡물생산량(5만 2,807톤) 중 30%를 아그로상생이 차지했다.  특히 벼를 생산한 곳은 아그로상생뿐이었다.  이 센터장은 “(옌하이저우에서)벼농사가 어려운 것은 기후문제 때문이었는데, 기후변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벼농사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고 귀띔 했다.

 

 

2001년 5월 벼 북한지원

 

대순진리회가 옌하이저우 영농사업에 진출한 것은 2000년 옌하이저우 아누친스키군 젬추쥐느 농장과 영농사업 협력경작권을 체결하고 위탁영농 형태로 사업을 시작하면서다.  이듬해엔 아누친스키군에서 수확한 벼 240톤 전량을 북한에 지원했다. 

 

2002년 대순진리회의 이유종 종무원장(작고)의 주도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 미래의 식량 기지를 개척한다는 기치 아래 러시아 현지 영농법인 아그로상생을 세우고, 잼추쥐느 농장 7,200ha를 49년간의 임차료 4천만원과 대리 경작료 4천만원 등 총 8천만원에 계약했다.

 

‘아그로상생’은 농업 (Agriculture)의 러시아식 발음 '아그로’에, 대순진리회의 종지(宗旨)인 해원상생(解寃相生·원통한 마음을 풀고 조화를 이룸)의 '상생'을 붙인 것이다.

 

이 종무원장은 옌하이저우 진출과 관련,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옌하이저우는 고구려·발해 등 우리민족의 터전이었고 근대에 들어와서는 독립운동가의 활동무대였다.  또한 남북한에 가장 근접해 있는 지역이다.  이런 곳을 우리 자본과 기술로 개척해 곡창지대로 탈바꿈시켜나가는 것은 미래를 위한 준비이며 대한민국과 러시아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한국 농업의 희망을 본 것이다”고 밝혔었다.

 

 

▶ 헤뻬뻬 곡물저장고 

 

대순진리회는 이후 꾸준한 투자로 옌하이저우 여러 곳에 위치한 농장들을 인수하는 한편 미곡종합처리장(RPC)과 같은 가공시설을 설치했고 시베리아 횡단철도 지선구간에 해당하는 물류시설 등을 매입하여 옌하이저우의 농업기반을 이룩했다.  대순진리회는 현재 옌하이저우에 아그로상생(1,423ha)을 비롯해 유한회사 스메나(1,632ha), 유한회사 페트로비찬스코예(1,400ha), 유한회사 아그로대순항카(1,620ha), 유한회사 루비노프스코예(373ha)등 5개 영농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회사엔 현지인을 포함해 3백 26명이 일하고 있다. 

 

옌하이저우 진출 1호인 그라즈단카 농장은 쌀을 주상품으로 2006년 미곡종합처리장을 한국에서 도입, 쌀을 가공해 ‘젬추쥐나(진주미)’상표로 판매하고 있다.  여기엔 시베리아 횡단철도 지선이 지나가 주요물류거점으로 이용하고 있고, 고려인 및 러시아인을 고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아그로상생의 대표적인농장인 멜구노프카 농장은 항카 호수에 위치하여 쌀·보리·귀리 등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고, 페트로비치 농장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채종장 허가를 받아 아그로상생에서 사용하는 종자를 생산하는 농장으로 활용 중 이다.  특히 벼농사를 주종으로 하는 바지모브카 농장은 한국식 농법을 적용해 성공함으로써 대표적인 농업 견학지로 이용되고 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007년 당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선임연구위원 자격으로 현지를 방문해 “아그로상생 농장은 비단 일개민족 종단의 성공 차원을 넘어 우리 국민에게 안전한 식품을 안정적 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고 소감을 말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지난 6월 세계일보와가진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에 러시아 옌하이저우 지역의 농업적 이용투자 가능성에 대한 한·러 공동연구를 할 것”이라며 “옌하이저우 농업 개발에 대한 손에 잡히는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벼농사 멜구노프카 농장 수로 길이만 710km

주정부 수로 강제수용 움직임 현지인들이 막아내

 

8월 6일. 견학단 일행은 아그로상생의 하롤 헤페페 저장창고를 찾았다.  아그로상생은 농장외에 제조 가공시설로 미곡종합처리장 2개소, 대두분쇄가공공장 1개소, 사료가공공장 1개소, 건초검역소, 메밀가공 공장 및 제빵 시설과 대형곡물 저장창고 3만 5000톤 규모를 확보하고 있다.  손상목 세계유기농학회 명예회장은 “저장창고가 낡긴 했지만 자연바람을 이용하는 통풍장치를 사용하고 있어 유기농법에 아주적합해 보인다”며 칭찬을 아끼지않았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벼농사를 짓고 있는 멜구노프카 농장.  끝이 보이지 않는 농장을 바라보며 “우리 식의 모내기는 엄두가 나지 않겠다” 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농장 관계자가 “당연하죠. 파종기로 씨를 뿌리고, 비료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뿌립니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인근에 항카 호수로부터 물을 넉넉하게 공급할수 있는 수로를 보면서 왜 여기에서만 벼농사가 가능한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수로 길이만 710km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큰 위기가 있었다. 옌하이저우정부가 ‘아그로상생의 관개용농수로 소유권을 무상으로 (주정부에) 넘기라’며 온갖 압박을 가해왔기 때문이다.  아그로상생은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지만 사회주의 체제에서 승소 여부가 불확실해 사실상 영농활동에 큰 타격을 받을 위기에 놓였던 것이다.  하지만 옌하이저우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물론 아그로상생 농장에서 일하는 현지인들까지 똘똘 뭉쳐 아그로상생의 지역경제 기여도가 높다는 것을 들어 주정부의 부당성을 주장, 극적으로 승소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5백여 마리의 사슴을 방목하는 4.3㎢(좌우 50km,길이12km)의 루비노프카 목장을 들렀다 옌하이저우 농장들의 젖줄 항카호수를 찾았다.

 

 

옌하이저우 젖줄 항카호수 

 

항카 호수는 총면적이 4,380㎢로 충청북도 면적과 비슷한 크기다.  중국과 맞닿아 있어 호수 북쪽 4분의 1은 중국 헤이룽장성의 소유이다.


한여름의 항카 호수는 인근 농장들의 젖줄이기 전에 인근 주민의 더위를 달래주는 최고의 쉼터다. 견학단 일행을 이끌고 간 현지인 운전기사는 더위를 식히려는 듯 항카 호수에 잠시 몸을 담았다.

 

 

 아그로상생 견학단

 



아그로상생, 러시아 농업아카데미와 협력방안 모색

한반도 통일 및 비유전자 식량 지속적인 생산에도 일조할 것


8월 7일,견학단은 러시아 농업아카데미 부원장과 미팅을 가졌다.  니콜라예비치 부원장은 견학단 일행을소규모 박물관으로 안내하고 옌하이저우의 농업 역사 및 현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후 옌하이저우 농장 일대에 유기농법 확대 및 아그로상생과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손상목 명예회장은“ 옌하이저우의 토양은 정말비옥하고 건강하다. 공기도 맑고 물도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곳이다. 친환경 유기농을 하는 데 이만한 적지는 없다”며 농업아카데미에 유기농 곡물생산확대를 위한 협력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아그로상생 측은 종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니콜라예비치 부원장은 손 명예 회장 및아그로상생의 제안에 적극 협력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화답했다.

견학단은 농업아카데미 앞 부지의 비닐하우스에서 실험생산 중인 각종 농산물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견학단은 우수리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 중에 고려인문화센터,이상설 선생의 유허비,라즈돌노예역을 들렀다.  우수리스크 수이푼 강변에 위치한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는 잘 정돈돼 있었다.  일행이 헌화를 마치자 대순진리회 조해성 교감은 “옌하이저우 진출 초기 볼품없이 방치됐던 것을 아그로상생이 잘 가꿔 오늘날에 이르게됐다”고 귀띔했다.  8월 8일 견학단 일행은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주변 및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가 열린 루스키섬을 돌아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대순진리회 사회복지법인 상생복지회 이연우사무국장은 “이유종 종무원장의 유지대로 옌하이저우 아그로상생이 한반도 통일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유기농을 통한 비유전자변형 농산물(non- GMO) 식량의 지속적인 생산으로 러시아 및 대한민국 국민 건강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루비노프카 사슴농장

 



옌하이저우 유적지 3곳

 

 

이상설 선생 유허비 

 

이상설 선생은 고종의 밀지를 받고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이준, 이위종과 함께 참석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곳으로 돌아와 독립운동에 전념하다 1917년 순국했다.  그의 유해는 독립시키지 못한 고국에 무슨 낯으로 돌아갈 수 있겠느냐는 유언대로 화장하여 수이푼강에 뿌려졌다고 한다.

 

 

최재형 선생의 집


최재형 선생은 옌하이저우의 대표적인 항일독립운동가로 전로한족중앙총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했다.  선생은 1919년부터 1920년 4월 일본헌병대에 학살되기 전까지 우수리스크의 자택에서 거주했다.

 

 

라즈돌노예 역 

 

옛 소련은1937년 옌하이저우에 정착 중인 고려인에 대한 중앙아시아로의 강제이주를 실시했다.  그 출발점이 라즈돌노예 역이다.
이번 옌하이저우 방문 중 들린 라즈돌노예역의 역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굳게 닫혀 있었다.

 

 

 

아그로상생, 세계유기농엑스포에서 설문 실시

 

아그로상생이 9월 18일부터 10월 11일까지 충북 괴산군에서 열리는 세계유기농엑스포에 참여해 옌하이저우 영농사업에 대한 설문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설문은 옌하이저우 지역의 한국과 러시아 농업에 대한 협력, 미래의 통일을 향한 북한과의 협업농장 경영에 대한 협력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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